[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인내로 얻게 될 생명

연중 제33주일 (마태 25,14-30)

가톨릭신문 발행일2017-11-19 [제3070호, 18면]

이두메아 출신으로 본래 유다인이 아니었던 헤로데 대왕은 유다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바빌론 유배 직후인 기원전 515년경 세워진 즈루빠벨 성전을 증축합니다. 헤로데 대왕은 성전 산 정상을 덮는 큰 기반 공사를 진행하여 성전을 떠받치던 지대의 넓이를 두 배가량 확장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이 공사는 헤로데 치세 15년(기원전 20-19년경) 시작되었으며,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기 때까지 이어졌는데, 요한 2,20은 이 성전이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어졌다고 말합니다.

이 성전 지대가 바로 오늘 복음의 배경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을 쫓아내신 뒤 날마다 백성을 가르치시며 복음을 전하십니다.(루카 19,45-48; 20,1) 그런 가운데 성전 지대에 있던 몇몇 사람이 성전 지대 위에 세워져 있던 성전을 보며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성전이 결국 파괴될 것이라고 예고하십니다.

성전이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하신다는 하나의 표지였습니다. 그런 성전이 파괴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떠나셨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성전 파괴는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떠나셨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라는 새로운 성전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는 한 더 이상 사람이 지은 성전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성전을 허물고 나면 당신이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한 2,19), 이 성전은 바로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묵시 21,22도 새 하늘과 새 땅이 내리고 나면 더 이상 성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보니 허물어진 성전은 새로운 시대, 곧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종말, 새로운 성전이신 예수님의 재림을 나타내는 표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허물어진 성전과 더불어 종말이 되면 여러 표징도 함께 주어질 것인데, 거짓 그리스도들이 등장하고, 전쟁, 지진, 기근, 전염병, 하늘에서의 무서운 이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 큰 박해가 시작될 것인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회당과 감옥에 넘겨지고,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려갈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듣다 보면 이 이야기가 단순히 종말과 관련된 이야기만은 아닌 듯 보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예고하신 사건들은 이미 기원후 70년경 대부분 일어난 사건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예루살렘 성전은 로마 군대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는데, 더 이상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 로마 제국은 파르티아 제국과의 전쟁, 지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해 폼페이 전체가 파괴된 사건, 전염병과 역병 등으로 인해 매우 혼란스러워집니다. 또한 이 시기를 전후로 하여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로마의 박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리스도인들이 회당에서 쫓겨나 유다인들과 결별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예고 말씀은 이미 기원후 70년에 모두 벌어진 이야기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종말의 때는 언제 어디서든 닥칠 수 있고, 온 세상은 계속해서 마지막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에게 오늘 복음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미래를 밝혀주는 예고입니다. 세상 마지막은 언제나 신앙인들을 향한 박해와 전쟁, 지진, 역병 등과 더불어 주어질 것입니다. 성전이 무너지고 하늘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징표, 곧 “번개와 요란한 소리, 천둥”(묵시 16,18)과 함께 종말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시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해 주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당신과 더불어 인내함으로써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세상 마지막에 다시 오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온전히 구원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들이기 위해 오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