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보(제2145호),  2017년 11월 5일(가해) 연중 제31주일


(생명의 말씀)        내 영혼의 연말 결산


*글: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2017년도 이제 채 두 달이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의 삶  정리하고 결산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제 영혼도 ‘연말 결산’이 필요하겠지요? 제가 죽을 때 제 인생 전체에 대한 결산의 좋은 준비가 될 것입니다. 


위령성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면서, 제 자신의 죽음도 준비하는 때입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제가 펼쳐놓은 삶을 주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으로 완성시켜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 말씀에서 제 죽음 준비를 위한 중요한 충고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전반부(마태 23,1-7)는 예수님께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을 나무라시는 내용이고, 후반부(마태 23,8-12)는 군중과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 이스라엘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겉은 화려한데 속은 썩었다’고 질책하십니다. 

그들이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며, 겉으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화려한 성구갑과 옷자락 술을 길게 달고 다니고, 

윗자리와 높은 자리 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또 남들이 자기에게 인사하고 높여 불러주기를 바라면서요. 겉으로는 거룩한 척하지만 실상 속은 명예와 권력을 탐하고 

권위주의와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모습을 두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고 하지요. 


유대교 지도층에게 하신 이 비판의 말씀이 꼭 저를 두고 하신 말씀 같습니다. 제가 사는 꼴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부끄러울 뿐입니다. 

참으로 죽음을 잘 준비하기 위한 기준은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삶이고, 거룩함을 말로만이 아니라 온전히 삶으로 실천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과 제자들(=그리스도인)에게도 같은 주문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형제자매이니, 스승이나 아버지, 

선생으로 불리지 말고, 오히려 서로 섬기라’는 것 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말들로 인해 쉽게 빠질 수 있는 위선의 위험을 경계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너희는형 제들이니 서로 섬기라’는 명령입니다. 이 명령으로부터 비켜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섬기는 삶’으로의 언행일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과 삶이 조금도 다르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당신을 낮추시어 인간이 되셨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철저한 섬김) 그래서 그분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스승이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나 말하는 것과 실제 삶 사이의 간격이 큽니다.(知行不一致, 言行不一致) 제 영혼의 연말 결산을 

준비하며, 이런 불일치의 간격을 올해에는 얼마나 좁혔는지 되돌아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이 한참 멀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감히 기도합니다. 


“주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아멘.”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