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모든 것 용서하시는 주님

연중 제25주일 (마태 20,1-16)

가톨릭신문 발행일2017-09-24 [제3063호, 18면]

오늘 복음에서 포도밭 임자는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을 구하러 이른 아침 집을 나섭니다. 여기서 포도밭 임자는 하느님이고, 포도밭은 하늘 나라이며 일꾼은 하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이들입니다. 그런데 포도밭 임자, 곧 하느님은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당신 나라인 포도밭을 위하여 일할 일꾼을 데리고 오면서 하루 한 데나리온의 삯을 약속합니다. 여기서 한 데나리온의 삯이란 하늘 나라를 위하여 일한 삯, 곧 영원한 생명입니다.

그런데 밭 임자이신 하느님은 아홉 시쯤 나가 별일 없이 서성이는 이들을 당신 포도밭으로 보냅니다. 그들이 포도밭 일에 대단히 적합해서가 아니라, 밭 임자가 일부러 다른 일을 찾지 못하던 능력 없는 이들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렇게 자비로운 밭 임자는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에도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밭 임자는 오후 다섯 시에도 장터에 나가 하루 종일 일 없이 서 있는 이들도 모두 포도밭으로 보냅니다.

저녁이 되어 포도밭 임자는 관리인에게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품삯을 주라고 말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삯은 한 데나리온씩이었습니다. 이는 맨 먼저 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자 일찍부터 일을 했던 이들이 불평불만을 터트립니다. 왜 먼저 온 자신들과 늦게 온 저들을 똑같이 취급하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포도밭 임자는 자신의 것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일하는 것에 대해 왜 따지냐며 역정을 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포도밭 임자 자신이 자신의 것을 가지고 사람들을 후하게, 자비롭게 대하는 것에 관해 따져 물을 자격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을 발견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하느님께 봉사하는 시간이나 양을 기준으로 은총을 받는다면, 그렇게 구원이 주어진다면, 우리가 받을 상은 각자에 따라 크게 다를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비유 말씀은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에게 구원이 주어지는 것은 하느님 편에서 먼저 손을 내밀기 때문이고,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방식으로 구원을 나누어주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죄인이라 하더라도 회심하고 돌아서기만 한다면, 그 죄인을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분이라는 말입니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되는 방식을 기꺼이 취하는 분이라는 말입니다.

인간적 관점에서 볼 때 하느님의 이런 일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서에서 말하듯이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네 생각과 같지 않고, 하느님의 길은 우리의 길과 다릅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하느님의 일 방식에 관해 따져 물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온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자신을 죄에서 구해내시어 당신 포도밭으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제2독서의 필리피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하느님의 포도밭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는 것뿐입니다. 이것이 포도밭에서 우리가 해 나가야 할 일들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영원한 생명이라는 몫을 나누어 주실 것입니다. 이렇게 주어지는 영원한 생명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차별 없으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런 우리들에게 아버지가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마태 18,33.35)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기억하며 우리도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됩시다. 그러지 않고 하느님께로 뒤늦게나마 돌아서는 죄인들을 박대한다면 하느님은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마저 모조리 거두어 가실지도 모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