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사탄아, 물러가라"

연중 제22주일 (마태 16,21-27)

가톨릭신문 발행일2017-09-03 [제3060호, 18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마태 16,16)라는 질문에 시몬 베드로는 제자들을 대표하여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입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당신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유다 지도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야 한다는 사실을 밝히기 시작하십니다.


이제껏 많은 병자를 고쳐주며, 빵도 많게 하여 배고픈 이들을 먹이는 예수님을 직접 목격한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당황해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하던, 아니 전혀 바라지 않던 방식의 하느님의 계획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통, 죽음, 어려움을 없애 줌으로써 사람들을 편안하게 살도록 이끌어 주는 메시아가 아니라, 오늘 제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처럼 다른 이들의 조롱거리가 됨으로써 주님의 일을 이루게 되는 그런 메시아임이 드러난 것입니다.(예레 20,7-9)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베드로는 이번에도 제자들을 대표하여 예수님을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합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신앙 고백 뒤 처음으로 하느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밝히신 예수님 앞에서 베드로는 스스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아니, 오히려 하느님의 계획을 방해하며 나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베드로를 두고 “사탄”, 곧 유혹자라고 부르십니다. 당신께서 밝히신 하느님의 계획을 방해하고 다른 길을 가도록 하는 “유혹자”라는 말입니다.

사실, 베드로의 주장이 전혀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이라면 당연히 메시아가 병도 고쳐주고, 가난도 없애 주며, 모든 억압을 풀어주는 분이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메시아가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모든 것이 잘 되리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길이 이와는 전혀 다른 길, 곧 고통과 수난, 죽음을 향한 길임을 밝히십니다. 세상 모든 이를 구원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당신께서 그들을 대신하여 죽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 역시 진정 구원으로,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려면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밝히십니다. 베드로는 이런 예수님의 말씀이 옳지 않다고, 자신이 따라야 할 길에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합니다.

베드로의 반대가 예수님께는 큰 유혹으로 다가왔을 수 있습니다. 실제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에 같은 유혹을 느끼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기도하시며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마태 26,39)라고 기도하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길이 당신의 길임을 분명히 알고 계셨기에 기꺼이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며 당신께 주어진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유혹을 물리치신 것은 이때 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처음 유혹 받으셨을 때도(마태 4,1-11), 사탄에게 “물러가라”라고 명하시며 유혹을 뿌리치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동일한 유혹 앞에서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고 명하십니다.

하지만 이번에 말씀하신 “물러가라”(휘파게)라는 표현 뒤에는 “내 뒤로”라는 뜻을 지닌 “오피소 무”라는 표현이 덧붙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명령은 “떠나라”는 명령이 아니라, “내 뒤로 물러서라”는 명령이 됩니다. 사탄처럼 유혹으로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지 말고, 그냥 당신 뒤로 물러서 있으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예수님 뒤로 물러선다는 것은 예수님 뒤를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는 것을 말합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우리 몸 전체를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는 것을 말합니다.(로마 12,1)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것만이 자신의 목숨을 진정 얻는 길임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이것만이 영원한 생명, 곧 하늘나라로 나아가는 유일한 구원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Peace be with You! "